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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란] [김경남 변호사 인터뷰] "유명 연예인 믿고 코인 투자했는데 알고보니…" 경고 [최예린의 사기꾼 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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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2-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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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 사기 코인 전문 김경남 변호사 인터뷰

"원금에 월 수익 12% 보장? 무조건 다단계 사기코인"
"수익금 나와도 안심 금물…'뱅크런' 삽시간"
자체지갑·호화 마케팅·추천 보상도 의심해야


“다단계 사기 코인을 알아보려면, ‘무조건’이 있는지 확인하세요. 은행이자보다 높은 수익에 원금까지 ‘무조건 보장’할 땐 항상 사기 코인입니다.”

지난 25일 다단계 사기사건에 잔뼈가 굵은 김경남 포유법률사무소 변호사를 만났습니다. 김 변호사는 2017년 유사수신업체 에이비앤아이(AB&I) 사건을 시작으로 꾸준히 다단계 사기 피해자들을 대리해왔는데요. 피해액이 2조원에 달한 코인 사기 ‘브이글로벌’ 사건, 게임 속 가상의 의상을 사고파는 사이트인 ‘패션킹’ 사건 등 굵직한 사건도 여럿입니다. 지난 5년 간 대리한 다단계 사기 피해자는 400명에 이릅니다.

암호화폐 열풍에 편승해 코인을 이용한 폰지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요. 김 변호사를 만나 사기 코인을 알아보는 법, 사기임을 인지했을 때 대처방법, 또 왜 자꾸 이런 사기 범죄가 반복되는지를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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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플레이, ‘뱅크런’ 일보직전...피해자들 당장 돈 뺄 때”

암호화폐 열풍을 계기로 다단계 사기 아이템은 계속 진화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화장품, 옥장판 등 눈에 보이는 물건을 내세웠다면, 최근에는 암호화폐,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 등 마치 혁신적인 것처럼 보이는 아이템과 어려운 기술용어를 이용하는 식인데요.

김 변호사는 “아이템이 바뀌었지만, 수익을 낼 수 없는 가짜 사업 구조로 투자자를 모집한 후 신규 투자자의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의 수익을 메꾸는 ‘폰지 사기’ 방식은 똑같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단계 사기 코인이 내세우는 사업모델은 허울뿐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김 변호사는 최근 사기코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암호화폐 ‘콕코인’을 예로 들었는데요.

콕코인에 투자하면 매월 3~12%의 수익이 지급되고, 원금도 보장된다는 주장입니다. 콕코인에 투자할 다른 사람을 데려오면, 새로운 회원이 투자한 액수에 비례해 또 수익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은행 이자보다 월등히 높은 수익을 무조건 보장한다는 걸까요? 콕코인 측은 본인들이 블록체인을 이용한 차세대 콘텐츠 플랫폼, ‘콕플레이’로 수익을 낸다고 주장합니다. ‘콕플레이’에서 게임, 영화, TV프로그램, 웹툰과 같은 콘텐츠를 개인 맞춤형으로 제공하고, 이 콕플레이의 인기가 올라가면 여기서 결제수단으로 이용하는 콕코인의 가치도 올라간다는 건데요.

김 변호사는 “설령 해당 사업이 수익을 내 성공하더라도 약속할 수 없는 수익인데, 콕플레이가 제공하는 게임, 영화 등 콘텐츠는 부실한 허울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콕플레이에서 볼 수 있는 TV 프로그램은 10여개뿐이고 이마저도 유튜브에서 무료로 볼 수 있는 것들입니다. 기존의 미디어 대기업을 이기고 엄청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주장은 다소 허무맹랑하죠.

이런 코인의 수익 구조는 ‘뱅크런’이 시작되면 삽시간에 붕괴됩니다. 실제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후발주자의 투자금으로 먼저 진입한 투자자의 수익금을 지급하는 식인데, 후발 투자자가 더 이상 모집되지 않으면 수익 지급이 정지되는 건데요.

이렇게 되면 투자자들이 너도나도 돈을 빼려고 합니다. 김 변호사는 “콕코인의 경우 아직은 수익이 지급되고 있지만, 투자자들이 빠져나가고 ‘뱅크런’이 일어나기 일보직전”이라며 “확실한 건, 콕코인에 들어간 사람들은 지금 탈출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콕코인뿐만이 아닙니다. 화장품 사업을 명목으로 1조원대 다단계 사기를 벌인 ‘아쉬세븐’도 사업의 실체가 없었습니다. 아예 화장품을 생산한 적도 없었던 겁니다. 김 변호사는 “인천에 화장품 공장을 인수해 일본, 중국에 수출하는 것처럼 꾸몄지만, 실제로는 화장품을 만들기는커녕 생산 시설 자체도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쉬세븐 대표와 임원들은 사기 혐의로 지난 9일 1심에서 징역 20년 등을 선고 받았습니다.



유명 연예인 모델부터 호텔 파티까지...‘호화 마케팅’도 경계해야


자체 지갑을 사용하는 코인도 의심해봐야 합니다. 사기임을 깨달은 후 피해자들이 빠르게 코인을 현금화할 수 없게 하고, 뱅크런이 일어나는 속도를 늦추기 위해 자체지갑을 사용한다는 겁니다.

김 변호사는 “대부분 정상적인 코인이라면 업비트 등 주류 암호화폐 거래소의 코인 지갑을 사용하는데, 사기 코인들은 발행사가 운영하는 자체지갑을 사용하도록 만든다”며 “피해자들이 마음대로 거래소에서 코인을 사고 팔 수 없도록 만들어 코인의 거래량이나 판매시점을 조정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습니다.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쓴다고 해도 믿을 수 없습니다. 폰지사기를 벌인 ‘에이비앤아이’는 차승원을, 화장품 사기를 벌인 ‘아쉬세븐’은 아이돌 주이를 모델로 썼습니다. ‘콕플레이’는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연예인을 초대해 화려한 컨퍼런스와 파티를 열기도 했고요. 김 변호사는 “사기 업체들이 마케팅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며 “뉴욕 한복판 전광판에 광고를 내는 등 화려한 마케팅으로 피해자를 현혹한다”고 했습니다.

다른 투자자를 데려오면 추천 수당을 준다는 것도 다단계 코인 업체의 흔한 수법입니다. 콕코인은 투자자 A가 다른 투자자 B를 데려오면 B가 받은 수익금의 100%를 A에게 똑같이 지급합니다. B가 또다른 투자자 C를 데려오면 A는 C 수익금의 20%를 받고, 이 피라미드 구조가 무한대로 이어집니다. 전형적인 불법 피라미드 구조인데요. 회원 등급이 1성에서 시작해, 투자자를 많이 데려오면 8성까지 등급이 올라갑니다.




형사처벌 면한 일당이 또 다단계 사기 벌이는 '재범 구조'


이런 다단계 사기는 왜 자꾸 다시 발생하는 걸까요. 김 변호사는 다단계 사기 특성상 모든 참여자를 강력히 처벌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암호화폐 ‘브이글로벌’ 사건만 봐도 그렇습니다. 5만여명의 피해자를 대상으로 2조원대 사기 행각을 벌인 브이글로벌 대표와 핵심 운영진 6명은 지난 13일 1심에서 사기 혐의로 징역 22년 등을 선고 받았는데요.

이들 외에도 다단계 피라미드 최정점에 있는 ‘체어맨’ ‘CEO’ 등급까지는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는 중입니다. 그럼에도 김 변호사는 “상위 세 번째 등급인 ‘디렉터’ 등급부터는 경찰 기소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 등급부터는 법리상 사기 공범으로 판단할만큼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처벌을 피한 경험자들이 또다른 자기만의 다단계 사기를 벌인다는 점입니다. 김 변호사는 “브이글로벌 디렉터 등급같은 사람들은 어떻게 사람을 끌어모으고 사기를 설계해야 돈을 벌 수 있는지 옆에서 보고 경험한 사람들”이라며 “다단계 조직 상위에 있기 때문에 본인 밑으로 점조직도 이미 다 형성돼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사기 범죄 특성상 실제로 ‘뱅크런’이 발생한 후에야 경찰이 수사를 할 수 있다는 점도 피해를 키웁니다. 아무리 사업 구조가 의심스럽고, 사기 가능성이 짙다고 해도 아직 수익금이 정상적으로 지급되는 상황이라면 경찰에서 나설 수가 없는 겁니다.

김 변호사는 “검찰도 경찰도 구조를 보면 딱 다단계 사기라는 걸 안다”면서도 “사기죄는 결국 피해가 발생해야 성립되고, 수사기관이 미리 수사를 하거나 피해 발생 이전에 계좌를 압류할 수도 없다”고 했다. 결국 수많은 사람들이 수익금을 못 받고, 원금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 돼서야 경찰이 수사를 시작하게 됩니다.



"고소하면 투자원금 못 받는다"…사기 업체가 회유해도 고소해야


사기임을 인지했을 때는 고소가 먼저입니다. 사기 코인 업체들은 피해자들을 안심시켜 고소를 막으려 하는데요. 사기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 기사가 나오고, 경찰에 고소장이 접수돼 피해자들이 술렁이기 시작하면 여러 가지 회유책을 제시합니다.

“사업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모함 세력이 방해 공작을 한다. 고소하면 오히려 수익금이나 투자원금을 돌려줄 수 없다”는 식이죠. 아무런 가치가 없는 깡통 코인을 새로 발행해서 나눠준다고 회유하기도 합니다. 사람 사이의 네트워크로 형성된 다단계 조직도 있기 때문에 나에게 이 코인을 소개시켜준 지인, 조직 내의 ‘멘토’처럼 활동하던 높은 등급의 회원이 나서서 설득하고 안심시킵니다.

하지만 법적 절차를 밟는 길이 피해액을 되찾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김 변호사는 “본인이 수사기관에 공식적으로 피해자임이 기록돼있어야 피해액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생긴다”며 “그렇지 않으면 브이글로벌처럼 경찰이 사기일당의 재산을 몰수했어도, 이 재산에서 피해액을 돌려받을 수 없다”고 당부했습니다.


사기공화국. 한국을 지칭하는 부끄러운 이름 중 하나입니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일어나는 범죄는 절도지만, 한국은 다릅니다. 법무연수원의 범죄백서에 따르면 2019년 한국에서 일어난 형법범죄 중 사기가 30.1%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절도(18.0%), 폭행(15.5%)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입니다. 2019년에만 31만3593건, 매일 859건씩 벌어진 꼴이죠.

<사기꾼 피하기>는 사기 범죄가 넘치는 한국 사회에서 피해자들이 어떤 과정으로 사기 피해를 입는지, 나날이 진화하는 새로운 사기 수법은 무엇인지,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주의할 점은 무엇인지 등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시면 격주 토요일 연재되는 기사를 놓치지 않고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